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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점

매거진B 츠타야(TSUTAYA), 도쿄 산다면 날마다 가고픈 취향저격 공간

by 테라코타02 2021. 8. 15.

어느 공간에 들어갔을 때 심신이 안정되고 공기가 나를 감싸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밝지 않은 조명,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감성을 담아낸 라이프스타일 소품, 각기 다른 인테리어의 스타벅스. 저에게 츠타야는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도쿄를 방문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고풍스러운 신사나 유명 관광지나 맛집이 아닌 츠타야(TSUTAYA)입니다. 출장을 갔을 때 유명 쇼핑몰의 위층에 입점한 츠타야였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그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층고 높은 중정에 높낮이가 다르게 가득 채우고 있던 모습이 몽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광고없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집필로 유명한 매거진 B 시리즈의 37번째 작품인 '츠타야'를 선뜻 고르게 됐습니다. 당시 매거진 B 시리즈의 발행인인 조수용 대표는 현재 카카오의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매거진 B시리즈의 쓰타야편 표지
매거진 B시리즈의 쓰타야.

1. 서점 체인에서 라이스타일 편집숍으로

츠타야의 '츠타'는 담쟁이덩굴(아이비, Ivy)을 의미하고, '야'는 가게, 집, 매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츠타야는 '담쟁이덩굴이 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책과 음반, 비디오를 빌려주는 서점 체인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서점과 음반, 요리, 건축, 전자제품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편집숍으로 보시면 됩니다.

츠타야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CCC(Culture Convenience Club)입니다. 자신들을 서점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취향, 자신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취향을 묶어서 하나의 공간에 재구성한 것입니다.

츠타야는 2011년에 다이칸야마에 T-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렸고, 매거진 B 시리즈는 이때 처음으로 취재한 츠타야의 내용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츠타야는 급격하게 많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변화하던 초창기 츠타야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츠타야에서 디자인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유명 관광지로도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대규모 오픈형 북카페나 도서관에 에 영감을 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사가현에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2. 예상치 못한 콘텐츠... 넓어지는 세계관

매거진 B 시리즈의 '쓰타야'에는 다이칸야마 T-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전문가 집단의 관점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디렉터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햇살이 들어오고 커피 향이 솔솔 풍기는 편안한 공간 안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죠.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관은 넓어질 것입니다."

숲 속의 도서관을 콘셉트로 꾸민 다이칸야마 T-사이트는 마을처럼 단독으로 꾸민 공간이어서 최대한 자연광을 안으로 가져온 경우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쓰타야는 실내로 들어가면 어둑어둑할 정도로 조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북적북적 많아도 소란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푸드나 자연식물 관련 새로운 소개들이 늘어나고, 쓰타야 가전이라든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상품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또한 실제 책의 수량은 엄청 많을지언정 워낙 벽장 높이를 높지 않게 꾸미고 공간배치를 고민해서 한 덕분인지 책이 위압감을 주거나 하지 않고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줍니다.

도쿄에 가면 예전 렌털숍 스타일의 쓰타야부터 다이칸야마 T-사이트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도 있고, 그 이후에 더 많이 진화한 쓰타야까지 다양한 매장들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쓰타야의 분위기는 그 안에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느껴집니다. 혼자 가든 일행이 있든지 간에 대부분은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다른 세상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3. 쓰타야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생각

1983년 쓰타야를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를 빼놓고는 쓰타야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는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은 책 3권이 <지적 자본론(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출간되어 있습니다.

쓰타야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요즘임에도 불구하고 쓰타야를 일본 내 1,400개 점포를 둔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고, 쓰타야 점포와 각종 제휴사에서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T 카드는 일본 인구의 약 40%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하니까 쓰타야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도 문화가 발전한 일본에 스타벅스가 약 1천 개 매장이 있는 것도 쓰타야에 입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의류 회사를 다니다가 일본 최초의 카페형 서점인 쓰타야를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흩어져 있던 문화 콘텐츠를 하나로 모아서 일본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개인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했을 때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고객의 구매 및 렌털 관련 데이터를 치밀하게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쓰타야는 매우 감성적인 공간으로 비치지만, 이를 구상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항상 각종 수치와 고객들이 패턴을 분석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기획하자'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몰두해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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