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러사이트(Antracite Coffee)라는 카페를 만난 곳은 이태원이었습니다.
참고로 앤트러사이트는 '무연탄'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호점인 합정점이 예전 당인리 화력발전소 근처의 오래된 신발공장을 매력적인 커피 로스터리로 새롭게 바꾸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태원점의 외관이나 인테리어도 힙한 구석은 있지만, 결코 요란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낡은 느낌을 주려고 애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6가지 원두 블렌드의 그래픽 이미지가 무연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건강 빵집으로 유명한 '오월의 종'이나 한남오거리 근처의 서점인 '스틸 북스'를 가거나, 일본식 메뉴를 파는 '천상'을 가거나, '가리모쿠' 가구 브랜드를 보러 가거나 했을 때 앤트러사이트를 종종 들렀습니다.
앤트러사이트 이태원점은 3층까지 꽤 넓은 공간에 시원시원하면서도 콘셉추얼한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곳으로 유명하더라고요.
특히 1층에는 밖에까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편하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여유로운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앤트러사이트 1층의 안팎의 경계가 없이 서거나 앉아서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은 아마도 이 커피숍의 시그니처가 된 것 같습니다.
#커피와 문학과 예술의 만남
앤트러사이트의 커피가 워낙 맛있어서 이태원에 갈 때마다 들르곤 했는데요.
거기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앤트러사이트의 대표적인 6가지 원두 블렌드를 담은 '드립백 샘플러'였답니다.
이유는 커피와 문학을 접목했다는 점입니다.
각 블렌드의 제목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같은 유명한 작가 이름이거나 '공기와 꿈'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작품에서 따 왔습니다.
6개 가운데 4개는 문학 작품에서 이름을 가져왔는데요.
나머지 2개는 '버퍼 팻 트리오', '히스토리 미스터리'는 블렌딩 한 원두의 3가지 대륙의 맛이라든지 날마다 마시는 커피도 공간과 같이 하는 사람에 따라서 새로운 히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속 글귀를 그곳에서 만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조금 과장을 덧붙이면 불가항력으로, 본능적으로 앤트러사이트의 드립백 샘플러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6가지 커피의 향연, 예술적 커피의 세계
앤트러사이트의 드립백은 각 11g에 6종이 들어 있으며, 가격은 9,000원입니다.
다른 드립백들처럼 종이 상자에 들어 있지 않고 투명한 비닐에 들어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가격은 착한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앤트러사이트 드립백의 특징은 파우치를 뜯었을 때 고소한 원두향이 나는데요.
바로 블렌딩 된 원두 사이에 원두의 일부인 얇은 막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매우 신선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6종의 원두 블렌드는 산미가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바디감에 강한 산미를 갖고 있는 것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파우치에 담겨 있는 원두의 색깔도 갈색부터 짙은 다크 브라운까지 폭이 넓습니다.
블렌드의 산지는 케냐,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드립백 종류에 따라서 배합이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애정 하는 드립백은 '나쓰메 소세키'와 '공기와 꿈'입니다.
상대적으로 나머지 4종에 비해서 밝고 산뜻한 느낌이 나면서 산미가 부드럽지만 그렇다고 산미가 강하지는 않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공기와 꿈'은 나머지 4종에 비해서 밝고 부드러운 계열의 커피 맛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과테말라 계열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수, 세계에서 단 2대뿐인 커피 로스팅 기계
원두의 4가지 등급 중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상위 7%의 생두를 뜻하는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다는 앤트러사이트는 이태원점과 1호점인 합정점, 그리고 제주점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앤트러사이트는 지난 1910년도에 제작되었고, 세계에서 단 2대 뿐인 독일 프로 바트 로스터기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커피 로스터가 직수입된 원두를 거의 매일 직접 로스팅해서 신선한 상태로 드립백에 포장한다고 합니다.
앤트러사이트를 창업한 김평래 대표는 철학을 공부하고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한 후에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커피를 접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커피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앤트러사이트 이태원점의 인테리어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리도 널찍널찍한 편이어서 방해받지 않고 무언가를 하기에도 적합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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