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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점

호시노 겐 "아라가키 유이는 정말로 근사한 보통 사람", 생명의 차창에서

by 테라코타02 2021. 7. 7.

'딸깍'.

드라마에서 당황할 때마다 검은 뿔테의 안경을 오른손으로 '딸깍' 올리던 쓰자키 히라마사역의 호시노 겐.

그가 쓴 에세이집 <생명의 차창에서>는 몇년 전에 봤던 드라마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니게하지)"를 보고 느꼈던 호시노 겐에 대한 호감 때문에 고른 책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호시노 겐은 정말 내향적으로 보여서 눈길이 갔고,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코이(사랑)'이라는 OST가 흘러나오고 춤을 여유롭게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 이건 혹시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 가수인가? 목소리가 담백하고 막힌 데가 없어 좋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호시노 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던 상황에 혼자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생명의 차창에서>를 읽은 시점은 2021년 초에 '니게하지 SP(스페셜)' 에디션이 방송되고 서너 달이 지난 2021년 여름입니다. 책은 미리 사놨었는데 우연히 호시노 겐과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아라가키 유이가 실제 약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게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읽게 됐습니다.

#호시노 겐과 고바야시 사토미의 공통점과 다른점

호시노 겐의 <생명의 차창에서>는 마치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팬이 된 고바야시 사토미의 에세이 <사소한 행운>을 읽게 됐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까 제 취향에는 호시노 겐의 생각과 관점이 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바야시 사토미는 좀 더 저보다 어른스럽고 범접하기 힘든 어떤 알맹이가 느껴졌다면, 호시노 겐은 치기 어린 소년의 모습부터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의 모습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호시노 겐이 쓴 에세이집 쌩명의 차창에서
호시노 겐의 생명의 차창에서.

#2012년 말 갑작스러운 뇌수술을 받고 인생의 전환점

호시노 겐은 만 31살이던 2012년 말에 앨범을 녹음하고 나서 그대로 쓰러졌고, 머리 쪽에 대수술을 받고 약 2년 가까이 회복에만 전념하면서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도 시력 0.03의 근시라는 호시노 겐은 10년 전 시력에 맞춘 렌즈를 끼고 다니는 통에 세상이 부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호시노 겐은 "대체로 무슨 일을 겪더라도 내가 창문 안쪽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인생은 여행이라던데 내 몸을 기관차에 비유해 보면 이 차창 밖은 의외로 재미있다"라고 털어놓으면서 제목의 배경을 내비칩니다.

호시노 겐은 원래는 수줍어하고 매우 내향적이어서 자신이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은 어릴 때는 전혀 하지 못했는데, 큰 수술을 받고는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서 여러 가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에세이를 처음 쓰게 된 것은 업무를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자신이 워낙 이메일을 잘 쓰지 못해서 이를 고치려고 글을 쓰다 보니까 계속 쓰게 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호시노 겐은 가수와 배우를 넘나드는 일본 연예계에서 특히 책을 많이 출간했는데, 자신은 앞으로도 이렇게 쭉 글을 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혼자 음악 작업에 몰두해서 새벽을 맞이하거나, 촬영을 마치고 늦게 끝나서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과 에피소드 등을 툭툭 담담하게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아라가키 유이에 대해 "근사한 보통의 감각을 갖고 있어 좋다"

호시노 겐은 우연히도 뇌를 여는 큰 수술을 받고 나서 회복기를 거친 뒤에 자신의 최고 시청률 드라마인 '니게하지'에서 아라가키 유이와 호흡을 맞췄고 2016년부터 줄곧 일본의 연말 대표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기한 점은 '니게하지'를 촬영하는 시기에 적은 글들이 3편 정도 들어 있어서 처음에 아라가키 유이와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묘사돼 있는 부분이 책 뒷부분에 있습니다.

이 때는 인간적인 호감이었을 경우로 추정되는데, 그런 감정이 밑바탕이 돼서 부부의 인연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호시노 겐은 "유이 짱은 유명 배우가 지니고 있을 법한 '주위를 기장시키는 위압감'이나 '주변을 신경 쓰게 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정말로 보통 사람이다. 부부라는 드라마 설정상 늘 함께 있는데도 하루에 한번은 꼭 '이 사람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어 호시노 겐은 "유이짱은 일터에서 성취할 수 있는 성실함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다른 배우가 좀처럼 도달하지 못한 '보통'이라는 상태를 본인 스스로 손에 넣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매사에 진지하지만 스스로 심한 낯가림을 천천히 극복해 낸 그의 생활이 거리감 있게 느껴지지 않아 좋았습니다.

시바견을 보고 두 눈에 꿀이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

자신을 연예계로 이끈 대선배를 동경하다가 결국 연예계 데뷔 후에는 그 선배와 같이 요란한 공연을 하고 박수를 받는 장면.

어릴 때부터 재즈를 좋아하는 부모님의 무릎을 베고 잠든 척하면서 부모님이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몰래 듣는 장면 등 그의 이야기는 사소한 것 같지만 읽기에 괜찮은 점이 꽤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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