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제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속 이야기를 생각 없이 써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비슷한 생각들이 계속 맴돌고 있어서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에라도 한 번은 털어놓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기본이 홀가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꼽으라면 저에게는 바로 책이 그 주인공입니다. 누가 최고의 친구를 꼽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혼자 속으로만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 오게 됐습니다.
1. 책을 의인화하는 사람 VS 덜 읽는 사람
제 주변에는 책을 놓고 보면 크게 다른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곁에 두고 부지런히 읽거나 다독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책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분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책을 덜 읽기도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책을 읽는다는 행동이 자신의 기질과 여러 가지에 잘 맞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성적인 기질이 강한 저는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조용한 아이가 조용하게 책을 보고 있구나 싶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격하게 흥분하거나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겉모습은 평화로워 보였고 따분해 보였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그 안에서는 저만 아는 엄청나게 다채로운 소용돌이가 일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나와 같은 사람처럼 의인화하게 됐습니다. 책을 사람으로 생각해서 책이 주는 위로와 새로운 세상에 고마워하기도 하고, 나와 아직은 인연이 아닌 것 같은 책을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눈과 손, 마음이 가지 않더군요. 하긴 세상에 나온 지 시간이 갈수록 책은 물론이고 나무도 꽃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모두 인격 화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한평생 잡념이 대단했던 저는 언젠가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면서 책이고 옷이고 살림살이고 많이 정리를 하고 소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필요한 것을 사게 되고, 또 버리고, 어차피 버릴 거 잘 안 사게 되고 하는 식이 되풀이됩니다. 몇 차례의 이사를 거치는 가운데서도 한권의 책은 낡은 표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입니다.
오늘 보니까 표지가 습기를 먹어서인지 들떠 있네요. <먼 북소리>는 다른 표지나 양장본이 나오면 또 같은 책을 사고 싶을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같은데 몇 년에 한번씩 출판사가 바뀌거나 번역자가 바뀌거나 표지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까 앞으로 더 기회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책은 그 전에도 정말 여러 권을 읽었는데 <먼 북소리>는 좀 달랐습니다. 저만 <먼 북소리>를 읽고 충격을 받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먼 북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노마드 기질이 있는 분들이 <먼 북소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고, 사실 사람들 중에서 노매드 기질이 없는 분들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사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의 어떤 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루틴에 꼭 맞는 일상을 사는 사람, 재즈와 맥주를 좋아하고 먹을 음식도 요령 있게 잘 만드는 사람.
한 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내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책을 쓰는 책상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꽤 오랫동안 온라인을 샅샅이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저의 고정관념이 적을 때이다 보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책을 꽤 오랫동안 동시에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정서가 저의 성향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3. 새로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준 고마운 존재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왜 책을 많이 읽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읽고 있는 책이 저에게 이런저런 좋은 책이 있다고 소매를 끌듯이 조심스럽게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기다란 실이 이어진 것처럼 하나의 책을 만나면 다음에 읽을 책을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책에 언급돼 있던지, 그 책을 쓴 작가가 좋아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던지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책의 내용이 좋으면 그 작가가 쓴 예전 책까지 모조리 사서 읽은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의 제 모습을 보면 스스로 '너 참 요란스럽게 책을 읽는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라면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는데 책이라는 존재는 고요하게 가만히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저를 위로하고 말을 아끼면서 다음 갈 곳으로 저를 이끌어 주는 기분입니다.
이런 감정을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참으로 공감을 얻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이 정말 저 혼자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지인들에게 운동을 추천하듯이 여러분들도 책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읽는 것을 시작해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비록 저의 오늘 이야기가 공감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바다처럼 우주처럼 한없이 쌓여 있다는 점이 든든합니다. 책을 읽으면 나이보다 어리게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대부분은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지금 외롭다면, 힘들다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본인의 마음이 끌리는 얇은 책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책이 당신의 마음을 가만히, 묵묵하게 만져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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