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서점인 것 같은 정은문고에서 나온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총 페이지 141페이지. 지은이 쇼노 유지. 책 가격 11,800원.
커피 로스팅을 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자영업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현실적인 생활 에세이입니다.
우연히 네이버에 포스팅된 소개 글을 읽고 알라딘으로 주문을 했는데, 요렇게 아담한 사이즈일 줄은 몰랐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가 있고 활자도 큰 편이어서 생각보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더군요.
#고향에서 여행사 다니다가 커피 로스팅을 차린 주인공
쇼노 유지는 현재 고향인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커피 로스팅 가게인 <아알토 커피>와 문화복합공간을 병행하는 <14g>이라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지방 도시인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렇다할 뜻 없이 여행사에 취직해서 영업 관련 업무를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서른 여섯살에 커피 로스팅 기계를 사서 자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 내용은 아름답게 미화되거나 과장은 없어 보여서 괜찮았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직장을 다니면서 겪는 어려움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커피 로스팅 가게를 차리면서 자신이 느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더라구요.
#꿈보다 중요한 것은 날마다 이어지는 생활
이 책의 특징은 그냥 툭툭 던지는 글에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알맹이만으로도 충분한 글들이어서 읽기가 편했습니다.
커피 로스팅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폼나는 직업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내와 자식이 2명으로 늘어나면서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솔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와 닿았던 몇 개의 문장을 적어 보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소중한 건 꿈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보단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깨닫고 그 일을 착실히 해나가길 바란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가는 게 꿈이라는 생각은 아슬아슬하다.」
「지금 되고 싶은 것이 없더라도 일단 돈을 모아두길 바란다.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곧바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방법은 뭐가 됐든 상관없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커피는 어떤 맛일까
저자인 쇼노 유지는 자영업에 대해서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에서 자기 만의 정의를 내리는데요.
「자영업은 당연한 일을 하루하루 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로스팅하는 커피는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커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적었습니다.
J.D 샐린더가 1950년대에 발표한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커피는 과연 어떤 커피일까요?
책에는 간단히 설명되어 있는데요.
'언제나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면서도 단골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커피'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황하지 않지만 날카로운 단문들의 매력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사진과 운영하는 2개의 매장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처럼 덤덤하고 차분한 톤의 가게라는 느낌이 옵니다.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직업을 바꾸고 싶거나,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
아니면 현재의 삶을 뚜벅뚜벅 걷는 모든 이들이 꽤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실려 있는 책입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스타벅스 같은 유명 브랜드들도 있지만, 개인들이 운영하는 개성 있는 커피숍이나 커피 로스팅 브랜드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교토의 커피숍들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일본은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카모메식당>, <해피해피브레드>처럼 커피 로스팅을 소재로 한 잔잔한 영화들도 참 좋더라구요.
<해피해피브레드>에서 여주인공의 차분한 융드립,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에서 여주인공이 생두를 로스팅하는 장면은 소소해 보이지만, 참 시선을 떼기가 어려운 명장면들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저자인 쇼노 유지는 단편 소설을 집필중이라고 하니까, 새로운 책도 곧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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